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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함께 걸었어요
능선 정동윤
2022. 9. 9. 22:18
40년 함께 걸었어요/정동윤
흐르는 세월에
어떤 이는 어둠보다
눈이 먼저 흐려지기도 하고
어떤 이는 사립문보다
귀가 빨리 닫혀지기도 하며
또 어떤 이는 마음보다
머리칼이 먼저 바래기도 합니다
아직 안경 없어도
꽃과 당신의 얼굴 볼 수가 있고
아직 보청기 없어도
새와 당신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고
아직 지팡이 없어
도
숲과 당신 가고픈 곳 갈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대 보이지 않아도
하얀 구름처럼 일어났고
그대 들리지 않아도
밀려오는 파도처럼 우렁찼고
그대 곁에 없어도
봄 햇살이 손등에 닿았듯이
약속한 세월 나란히 걸어온 이여
둘이서 들길 걷고
도시의 언덕 오르고
산길 바닷길 40년 동행하며
휘몰아치는 폭풍우 속에서도
단단한 둥지 만들었기에
저녁 노을 그윽한 길
두 손 꼭 잡고 천천히 걸어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