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나무는 울지 않는다/최영미

능선 정동윤 2011. 8. 17. 16:13

나무는 울지 않는다/최영미

 

 

추운 날에도

더운 날에도

빛을 향해 팔 뻗으며

나무는 뒤돌아 보지 않는다

백 년 가뭄에 목이 마르고 등이 휘어도

친구가 곁에 없어도

나무는 울지 않는다

눈 날리는 들판에 홀로 서 있거나

막다른 골목에서 가슴까지 비에 젖어도

외롭다 말하지 않는다

 

지구의 뜨거운 중심에 가가이

뿌리를 내리며

나무는 자신의 힘을 자랑하지 않는다

나무는 그저 나무일 뿐

흙을 빨아 연명하는

잎과 줄기와 뿌리가 한몸인 나무는...

 

세월의 나이테에 숨길 것도

버릴 것도 없는

 

"나무는 울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