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山 능선)
세월, 김동길 박사
능선 정동윤
2022. 10. 7. 05:45
세월, 김동길 박사/정동윤
김 박사께서 세월을 이야기하며
40에서 50 사이는
41,42,43,44,로 빨리 세는 속도로 가고
50에서 60 사이는
50,55,60 으로 건너뛰듯 지나가고
60에서 70 사이는
60,70 하면서 툭 지나가고
70에서 80 사이는
7080 동시에 지나가는데
80 이후는 눈 깜짝하면 1 년이라면서
가는 세월 아쉬워 말고
94 년 사셨지만
남길 것 아무것도 없다며
시신을 의과대학에 기증하라는
유언을 남기셨다.
유머와 시 암송을 즐겨하는
김동길 박사를 생각하다 문득
손녀가 생각났다.
올여름 파나마 사는 딸이 왔는데
함께 온 8 살, 5 살 손녀가
파나마에서 한국인이라고 하면
한국말 해보라고 할 때
난처하다고 얘기하길래
김소월의 시 '가는 길'을 들려주고
아이 둘에게 모두 암송케하였다
이제 누가 한국말 하라고 요청하면
우물쭈물하지 말고 당당하게
시 한 수 암송하면 좋을 것 같아서.
내친김에 내년에 내가
파나마에 가게 되면
성경 말씀 고린도전서 13 장 13 절
사랑의 구절을 알려줄 것이다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외국인 앞에서 멋있게 한국말로
시 한 수 들려주거나
사랑의 성경 말씀 암송하는
상상만으로도
절로 미소가 잡힌다.
김동길 박사의 부고를 듣고
남산 산책 중의 상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