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정동윤 2022. 10. 23. 19:23

가을 장미/정동윤

올해의
마지막 불꽃이련가
열매의 계절에 활짝 핀 장미
호롱불보다 더 붉게 타오르누나

장미는
클레오파트라의 폭풍 같은 애정,
황제 네로의 사치스러운 감성,
아프로디테의 육감적 사랑 아닌가

가을에
걷기 좋은 계절에, 담장에 기대
홀로 진한 향기 뿜으며
지나는 이의 눈길을 모우는구려

봄날의
하얀 찔레꽃 필 때부터
한 여름 담장 아래 서성거리던
떨어진 장미의 붉은 꽃잎 봤는데

허, 참
단풍잎 무르익는 길가에
국화가 제철인 서늘한 가을에
그대 아직 머물고 있을 줄이야

고맙네
황혼녘에 바라본 그대, 장미여
서성거리며 기다려주니
길 떠나는 발길 어찌 가볍지 않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