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달은 지고 있는데

능선 정동윤 2022. 11. 15. 08:55

달은 지고 있을 때/정동윤

화장실 세면대 위에
걸린 저 달은
남극과 북극에서 끌어당겨
보름달은 늘 타원형이다

때론 파란 색으로
때론 허연 낮달로
무채색 기름종이가
속치마처럼 고이 벗겨져
쇠꼬챙이에 꽂혀
부끄럽게 알몸 드러낸다

욕심 많은 손이나
소변이 묻어있는 손
더러운 욕망의 찌꺼기를
북적북적 거품 내어
수돗물로 좍좍 씻어내지만
닳아도 저물지 않는 달이다

폐지 줍는 할머니의
잔뜩 오그라든 등뼈처럼
초승달로 한 달 내내
걸린 적은 있지만
골다공증 심한 아주머니
포동포동한 몸집으로
절룩거리며 앓는 소리
입 밖에 올린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