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가을, 안녕
능선 정동윤
2022. 11. 27. 12:40
가을, 안녕/정동윤
짧은 만남이었지만
잘 헤어지고 싶은 가을,
그가 베풀어준 단풍과 낙엽
높은 하늘 풍성한 열매는
진정 은혜로운 축복이었다
가을이 담긴
산의 다양한 몸짓을 보며
이끼 낀 역사의 울타리와
계절 품은 나무 사이로 걷는
우리의 의식은 경건하였다
묵은지와 잘 볶은 닭
향기로운 커피와 달콤한 빵
그리고 다채로운 이야기와
아이들 같은 맑은 심성은
가을을 향한 정중한 예의
따뜻한 영상의 날씨
마른 낙엽 밟는 소리와
슬픈 역사의 남한 산성
계절 품은 고목의 침묵은
이별을 위한 거룩한 배경
안녕, 가을이여
빵집 탁자에 둘러앉아
밝은 얼굴로 빵을 나누며
미소짓는 사람들 표정처럼
우리의 가을은 행복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