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새해 첫 나들이
능선 정동윤
2023. 1. 6. 10:32
새해 첫 나들이/정동윤
아내의 백내장 수술로
밝아진 세상 며칠 지나서야
찾아간 남산의 숲
더 환해진 나무 그림자 틈으로
뿌리들의 수런거림이 들린다.
뿌리를 타고 오르는 물길처럼
역사의 실핏줄 청계천에 이르니
물속 버드나무 가지에 걸린
회색 구름의 애잔한 눈빛이
둥둥 떠도는 청둥오리 바라본다
사람만 살지 않는 창덕궁은
수많은 생명들의 고마운 터전
눈 쌓인 조정 품계석 밖으로
부엉이 솔개 무수리 참새들도
봄날의 모란을 기다리는 중이다.
과거의 뜰을 거닐며
오늘도 숨어 사는 족제비는 안다
봄 후원의 약속 인간의 방문을,
남산, 청계천, 창덕궁 건너온 한나절이
새 승정원일기에 기록될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