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초소 책방에 앉아

능선 정동윤 2023. 1. 7. 15:44

초소 책방에 앉아/정동윤

흐린 날의 주말 오전
초소 책방 옥상의 비닐 텐트
텐트 안을 휘감는
진한 커피향과 구수한 빵 냄새

들뜬 분위기 살리는
는개같은 뽀얀 비가 내려
흐느끼는 재즈 음악에
스르르 눈을 감는다

아까 눈 쌓인 오솔길
산객들 내려오는 인왕산
옛 그림 속의 물줄기가
눈으로 덮인 폭포로 보였는데

다시 온화한 실내
사람들마다 편안한 미소
커피 식어 가는 줄 모르는
느긋한 책방의 한나절

빵을 먹어도, 책을 읽어도
소곤거려도, 함께 웃어도
비트 짙은 음악에
커피 향도 방향을 놓친다

지난번에 수필 한 권
후딱 읽고 갔는데
오늘은 서재인 양
글 한 편 뚝딱 짓는 초소 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