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열매가 떠난 뒤

능선 정동윤 2023. 2. 2. 10:39

열매가 떠난 뒤/정동윤

열매가 떠난 뒤
일렁이는 이파리가 보였어요

이파리에 쓰여진
반짝이는 언어는 햇살의 詩였어요

詩의 열매는 짧아도
세대를 이어가는 파릇한 길목이고

길목에 나부끼는 잎새는
끝내 남아있는 생명의 상징이죠

열매가 떠난 뒤
곱다란 시가 적힌 환한 잎새는

평생을 함께 가꾼
노부부의 편안한 얼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