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초혼/김소월

능선 정동윤 2011. 8. 17. 17:37

초혼/김소월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켜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