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서른 잔치는 끝났다/최영미

능선 정동윤 2011. 8. 17. 20:00

서른 잔치는 끝났다/최영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는 운동가를

술보다는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걸 기억해 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