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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우러러보다

능선 정동윤 2023. 4. 5. 00:21

목련 우러러보다/정동윤

다른 곳보다
늦어도 참 늦은
서울역 7017 콘크리트 정원엔
이제야 봄인 듯
의기 드높은 목련이
두런두런 꽃을 피우네요

늦은 봄이지만
길 가장자리에 늘어선
집성촌 목련네 친척들은
저마다 빌딩 틈의 조각난 햇살을
곱게 받아 숭고한 생명
자목련으로 올곧게 키워냅니다

이웃 남산엔
벚꽃 인파로 줄을 잇는데
회현동에서 만리동 가는 하늘 공원
고가 정원엔 봄가을이 늦어도
계절을 두루 꿰찬 자주 목련의
겨울은 좀 이르답니다

빌딩의 그늘이
남모르는 아픔이지만
짧게 주어진 햇볕에 감사하며
흐린 날도 환하게 웃는
차분하고 유유자적한
하얀 목련의 미소에 무너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