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칠하기/김정희

능선 정동윤 2011. 8. 18. 09:48

칠하기/김정희

 

 

낡은 쇠창살을 마당 구석에 떼어 놓고

그동안 밷어낸 불만 같은 녹을 긁는다

불만 속에는 만족이 숨죽이고 숨어 있는지

그 창살은 사포를 불어뜯을망정

새파란 속마음을 보여주지 않는다

한 번 생긴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

그 아픔 위에 무광 페인트를 세월처럼 칠한다

덧칠할수록 그 슬픔은 자꾸 머리를 들고

붓에서 떨어지는 신나 냄새가 추억처럼 흩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