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 정동윤 2011. 8. 18. 10:24

나/유승도

 

 

갓 나온 상사화 새싹을 아들이 밟았다.동그스름하게

커나오던 잎이 제 모양새를 잃었다

어쩌냐 이왕 이렇게 된 것 아프드라도 원망 말고 자라라

나는 손으로 금이 간 잎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괜히 가슴 아픈 척 좀 하지 마세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나는 자라날 겁니다 제발 그런 눈길로 보지 마세요 밟힌

것도 나고 그걸 이기고 자라든지 아니면 죽든지 그것도

아니면 불구의 모습으로 살아가든지 그 모든 것이 다

내 몫이니까요 그런 안타까움으로 날 대하지만 말아

주세요

나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왔다

은근슬쩍 측은한 마음을 잠시나마 품었던 내 모습이

역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