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성냥/오세영

능선 정동윤 2011. 8. 18. 16:53

성냥/오세영

 

 

어둠 속에서

누가 칼을 가는가

한밤에서 깨어

성냥을 켜 본 자는 안다

곽 속에 갇혀 싸늘하게 쏘아보는

눈빛

배신은 차가운 불이다

이글이글 타는 숯불이 아니라

파랗게 빛나는 인광

누구나 끼리끼리

체온을 부비며 견디는 겨울

마른 성냥개피는 결코

정에 젖지 않는데

언 몸을 녹이려-팍

성냥을 긋는다

그러나 아뿔사

기름에 번지는 불길

불이야

함께 있어도 항상

홀로 깨어 있는 성냥

배신을 노리는 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