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사랑한다/정호승
능선 정동윤
2011. 8. 19. 13:38
사랑한다/정호승
밥그릇을 들고 길을 걷는다
목이 말라 손가락으로 강물 위에
사랑한다고 쓰고 물을 마신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리고
몇날 며칠 장대비가 때린다
도도히 황톳물이 흐른다
제비꽃이 아파 고개를 숙인다
비가 그친 뒤
강둑 위에서 제비꽃이 고개를 들고
강물을 내려다본다
젊은 송장 하나가 떠내려오다
사랑한다
내 글씨에 걸려 떠내려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