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그리운 이 그리워/오세영

능선 정동윤 2011. 8. 19. 14:02

그리운 이 그리워/오세영

 

 

그리운 이 그리워

마음 둘 곳 없는 봄날엔

홀로 어디론가 떠나 버리자

사람들은 행선지가 확실한 티켓을 들고

부지런히 역구를 빠져나가고

또 들어오고

이별과 만남의 격정으로

눈물 짓는데

방금 도착한 저 열차는

먼 남족 푸른 바닷가에서 온

완행

실어 온 동백꽃잎들이

축제처럼 역두에 뿌리고 떠난다

나도 과거로 가는 차표를 끊고

저 열차를 타면

어제의 어제를 달려서

잃어버린 사랑을 만날 수 있을까

그리운 이 그리워

문득 타 보는 완행열차

그 차창에 어리는 봄날의

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