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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분/오세영

능선 정동윤 2011. 8. 19. 14:45

안분/오세영

 

 

무더운 여름날

한 입에 덥썩 깨무는 수밀도의

물오른 과육은

얼마나 상큼하고 맛이 나는가

벌레 먹은 씨앗은 무심코

휴지통에 던지며

신의 이름으로 열매들을 생각한다

개복숭아, 꽃사과, 돌배, 까치밥

네 씨앗들은 결코 사과나 배처럼

쓰레기통에 던져지는 비운을

맞지 않으리라

다만 지나치게 맛이 있는 까닭에

다만 지나치게 달고 부드러운 까닭에

한 곳에 갇혀서

잘리고 매 맞고 씹혀야만 하는

철조망 울타리 안에서

전기의 칼날로 자라는 수밀도가 되기보다

야산의 저 개봉숭아가 되리라

도원의 복숭아는 분명

이처럼 달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