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부부/황선희

능선 정동윤 2011. 8. 22. 16:02

부부/황선희

 

 

낱말을 설명해 맞추는 TV 노인 프로그램에서

천생연분을 설명해야 하는 할아버지

'여보, 우리 같은 사이를 뭐라고 하지?'

'웬수'

당황한 할아버지 손가락 넷을 펴 보이며

'아니, 네 글자'

'평생 웬수'

 

어머니의 눈망울 속 가랑잎이 떨어져 내린다

충돌과 충돌의 표연 속에서

본능과 본능의 골짜기 사이에서

힘겹게 꾸려 온 나날의 시간들이

36.5도C 말의 체온 속에서

사무치게 그리운

평생의 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