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주막에서/김용호

능선 정동윤 2011. 8. 23. 14:33

주막에서/김용호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

길 옆

주막

 

수없이 입술이 닿은

이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

정처럼 옮아오는

막걸리 맛

 

여기

대대로 슬픈 노정이 집산하고

알맞는 자리, 저만치

위엄있는 송덕비 위로

맵고도 쓴 시간이 흘러가고

 

세월이여

소금보다 짜다는

인생을 안주하여

주막을 나서면

노을 비낀 길은

가없이 길고 가늘더라만

 

내 입술이 닿은 그런 사발에

누가 또한 닿으랴

이런 무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