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능금/김춘수

능선 정동윤 2011. 8. 23. 15:16

능금/김춘수

 

 

1.

그는 그리움에 산다

그리움은 익어서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운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그리움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져 온다

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

비할 바 없이 그윽한

여운을 새긴다

 

2.

이미 가버린 그날과

아직 오지 않은 그날에 머문

이 아쉬운 자리에는

시시각각의 그의 충실만이

익어간다

보라 높고 맑은 곳에서

가을이 그에게

한결같은 애무의 눈짓을 보낸다

 

3.

놓칠 듯 놓칠 듯 숨가쁘게

그의 꽃다운 미소를 따라가면은

세월도 알 수 없는 거기

푸르게만 고인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가 있다.

우리들 두 눈에

그득히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