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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리나무 아래/나희덕

능선 정동윤 2011. 8. 24. 16:07

상수리나무 아래/나희덕

 

 

누군가 맵찬 손으로

귀싸대기를 후려쳐주었으면 싶은

 

잘 마른 싸릿대를 꺾어

어깨를 내리쳐주었으면 싶은

 

가을날 오후

 

언덕의 상수리나무 아래

하염없이 서 있었다

 

저물녘 바람이 한바탕 지나며

잘 여문 상수리들을

 

머리에, 얼굴에, 어개에, 발등에 퍼부어주었다

 

무슨 회초리처럼, 무슨 위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