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해바라기처럼/정완영

능선 정동윤 2011. 8. 25. 15:08

해바라기처럼/정완영

 

 

해바라기는

그 대궁부터가 굵고 튼튼하다

키도 다른 꽃들과 상대도 안된다

웬만한 담장쯤은 휙휙 넘겨다본다

 

꽃판은 사발만큼.

꽃잎은 사자수염,

부릅뜬 눈이다

 

발등에 부어주는 물쯤으로는

아예 목을 축일 수 없다

먼 산을 넘어 온 푸른 소나기라야

생기가 돈다

 

장대비를 두들기고 가면

다른 꽃들은 온통 진창구가 돼도

그는 오히려 고개를 번쩍 든다

샛바람은 그의 몸짓

무지개는 그 음악이다

 

해님도

다른 꽃들에게처럼 집실 같은 보드라운 볕을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금빛 화살을 마구 쏘아 주는 것이다

 

손가락만한 화단에 피는

마을 조무라기 같은 꽃이 아니라,

 

군화신고 온 우리 아버지같이

키가 크고 늠름한 꽃

우리집을 삥 둘러 선 환한 꽃

 

나는

해바라기 같은

장하고 훤칠한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