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두엄/이태웅

능선 정동윤 2011. 8. 29. 10:11

두엄/이태웅

 

어짜피 오래된 기억들은 하나하나

두엄더미 속으로 스며든다

똥오줌은 물론 눈과 비가 지나가고

둔탁한 아버지의 발길이 스친 다음

반딧불이들이 군데군데

추억의 등을 밝히고

밤마다 별빛이 내려와 뒤섞일 때

땅 속에서부터 신열이 일어나며

속이 치받쳐 오른다

겹겹이 쌓인 두엄더미 속 득시글거리는

왕성한 식욕의 구데기들이

오래된 기억의 문을 들락거리며

단물이란 단물 죄다 빨아먹고

대추씨만큼 자랄 무렵

밤 하늘 비껴가는 유성 한 줄기

드디어 깜깜한 어둠 속에 묻힌

시의 하얀 뼈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