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진달래 산천/신동엽

능선 정동윤 2011. 8. 29. 16:55

진달래 산천/신동엽

 

 

길가에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모서리엔

이름 모를 나비 하나

머물고 있다

 

잔디밭에 장총을 버려 던진 채

당신은

잠이 들었소

 

햇빛 맑은 그 옛날

후고구려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남햇가 두고 온 마을에선

언제인가, 눈 먼 식구들이

굶고 있다고 담배를 말으며

당신은 쓸쓸히 웃었지요

 

지까다비 속에 든 누군가의

발목을

과수원 모래밭에서 보고 왔어요

 

꽃 살이 튀는 산허리를 무너

온종일

탄환을 퍼부었지요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그늘 밑에

얼굴 고운 사람 하나

서늘히 잠들어 있었어요

 

꽃다운 산골 비행기가

지나다

기관포 쏟아놓고 가 버리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그리움은 회올려

하늘에 불 붙도록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바람 따신 그 옛날

후고구려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잔디밭에 담배갑 비벼

던진 채

당신은 피

흘리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