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그대 생의 숲속에서/김용택

능선 정동윤 2011. 8. 30. 10:48

그대 생의 숲속에서/김용택

 

 

나도 봄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에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숲속에서

무엇을 내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가장자리에 잡아두리

솔숲 끝으로 해맑은 햇살이 찾아오고

박새들은 솔가지에서 솔가지로 가벼이 내리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

거기 이는 바람이여

찬서리 내리는 실가지 끝에서

눈뜨리

눈을 뜨리

그대는 저 수많은 새 잎사귀처럼 푸르른

눈을 뜨리

그대 생의 이 고요한 숲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