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오동나무의 웃음소리/김선우
능선 정동윤
2011. 8. 30. 16:12
오동나무의 웃음소리/김선우
서른 해 넘도록 연인들과 노닐 때마다 내가 조금씩 부끄러
웠던 순간은 오줌 눌 때였는데 문 밖에서 소리 들리면 어쩌나
힘 주어 졸졸 개울물 만들거나 성급하게 변기 물 폭포수로
내리며 일 보던 것인데
마흔 넘은 여자들과 시골 산보를 하다가 오동나무 아래에서
오줌을 누게 된 것이었다 뜨듯한 흙 냄새와 시원한 바람
속에 엉덩이를 내 놓은 여자들 사이, 나도 편안히 바지를
벗어내린 것인데
소리 한 번 좋구나! 그 중 맏언니가 운을 뗀 것이었다
젊었을 땐 왜 그 소릴 부끄러워 했나 몰라 나이 드니
졸졸 개울물 소리 되려 챙피해지드라고 내 오줌 누는
소리 시원타고 좋아라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보니 딸애들은 누구 오줌발이 더 힘이 좋은지, 더 넓게
더 따뜻하게 번지는지 그런 놀이는 왜 못하고
자라는지 몰라. 궁금해 하며 여자들 낄낄거리는 사이
문 밖까지 땅 끝까지 강물소리 자분자분 번져가고
푸른 잎새 축축 휘늘어지도록 열매 주렁주렁
매단 오동나무가 흐믓하게 따님들을 굽어보시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