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침묵의 빛/최하림
능선 정동윤
2011. 8. 31. 10:52
침묵의 빛/최하림
뽀오얗게 새순이 돋아나는 봄날 마로니에 공원에는
병아리 같은 유치원 아이들이 하나 둘 하나 둘 소리치며
줄지어 걸어가고 나도 뒤를 따라서 걸어가고 사방의
나무들이 소리없이 하나 둘 하나 둘 그들의 소리로
외치면서 그들도 따라서 가고, 그런 움직임은
봄과 여름 내내 계속되었습니다
가을 되어 아이들 그림자도 뜸해지고
은행잎이 물들어 떨어질 때도
그러나 나무들은 하나 둘 하나 둘
그들의 소리로 그리운 듯 되풀이하다가
눈이 내리고 하늘이 언 날
가끔 한 여자가, 한 남자가 허무처럼
서 있던 날 나무들도 침묵을 하고서
침묵의 빛으로 서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