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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나무/이선영

능선 정동윤 2011. 8. 31. 11:08

산수유나무/이선영

 

 

처음부터 그는 나의 눈길을 끌었다

키가 크고 가느스름한 이파리들이 마주보며 가지를

받아올리고 있는 그 나무는

주위의 나무들과 다르게 보였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기 위해 잠시 서 있었다

그의 이름은 산수유나무라고 했다

11월의 마지막 남은 가을이었다

산수유나무를 지나 걸음을 옮기면서 나는 이를테면

천 년 전에도

내가 그 나무에 내 영혼의 한 번뜩임을 걸어두었

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이것이 되풀이될 산수유나무와 나의 조우이리라는 것을

영혼의 흔들림을 억누른 채 그저 묵묵히 지나치게

돼 있는 산수유나무와 나의 정해진 거리이리라는 것을

 

산수유나무를 두고왔다 아니

산수유나무를 뿌리째 담아왔다 그후로 나는

산수유나무의 여자가 되었다

 

다음 생애도 나는 감탄하며 그의 앞을 지나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