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고개/이시영
능선 정동윤
2011. 9. 1. 08:58
고개/이시영
앞산길 첩첩 뒷산길 첩첩
돌아보면 정든 봄 첩첩
아재야 아재야 점쟁이 아재야
지게목 떨어진다 한 가락 뽑아라
네 소리 아니고는 못 넘어 가겠다
기러기떼 돌아 넘는 천황재 아홉 굽이
내 오늘 너를 묶어 이 고개 넘는다만
언제나 벗어나리,
가도 가도 서러운 머슴살이 우리 신세
청포꽃 되어 너는 언덕 아래 살짝 필래
파랑새 되어 푸른 하늘 훨훨 날래
한 주인을 벗어나면 또 한 주인
한 세월 벗어나면 더 검은 세월
못 살겠다고 못 참겠다고 너도 울고 낫도 울고
쩌렁쩌렁 울었지만
오늘은 찬바람에 봉두난발 날리며
말없이 너도 넘고 나도 넘는다
뭇새들 저리이 울어 예
차마 떨어지지 않는 느티목 고개
묶인 너 부여안고 한 번 넘어면 그만인 아,
죽살잇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