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그여름의 끝/이성복

능선 정동윤 2011. 9. 1. 09:04

그여름의 끝/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나다

 

그여름 나는 폭풍의 한 가운데에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