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진흙 붕대/고진하

능선 정동윤 2011. 9. 1. 13:16

진흙 붕대/고진하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들과 겹쳐지며

숲길을 걷다보면

바람이 애기솔 도래솔들의 파르스름한 머리를

빗질하고 있는 곁을 기분 좋게

지난다

 

푸른 솔과 내 숨결이, 때로 솔 아래

묻힌 이와 내가

바람의 정다운 끈으로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느낄 때

 

나는 그이들이 내뿜는

숨결보다 훨씬 더

큰 숨결이 닿아 있는 것이 아닐까

 

더러, 상처 입은 솔의 벗겨진 밑둥을

벌건 진흙 붕대로 싸매고 있는 손과 악수를

나누고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 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