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그 자리/천양희

능선 정동윤 2011. 9. 1. 14:28

그 자리/천양희

 

 

욱아, 들어보렴 참나무가 욱욱거리며 강물에

떠내려가는구나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고 뽐내던 참나무가

그까짓 바람쯤이야 하던 나무가 참, 나무가

아니었구나 올라갈 줄 모르는 물 속에서

허우적대며 내려가는구나 자존심은 돌멩이처럼

굴러 곤두박질치는구나

끙, 끙끙 갈대밭을 지날 무렵 참나무는

더욱 욱욱거리는구나 그까짓 갈대쯤이야 비웃던

갈대들이

쓰러지지 않았구나 바람에 날리는

갈대가 그 자리에 있었구나 욱아, 들어보렴

갈대는 바람이 불 때마다 고개를 숙였다는구나

고개를 숙이는 자에게 바람은 그냥 지나간다는구나

그렇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