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빈 거미집에 대한 단상/문충성

능선 정동윤 2011. 9. 1. 16:51

빈 거미집에 대한 단상/문충성

 

 

애 밴 무지개가 걸린다

밀잠자리

노랑나비

팔랑팔랑

하얗게 달빛이 걸린다

어두운 밤 별빛이 걸린다 파랗게

눅눅한 바람도 힘없이 걸린다

온 세상 걸려오지만 빈 거미집에, 아아

거미여!

지상의어디쯤 헤매어 다니다가

끝없이

풀려나가는 그리움의 실꾸리

그 끝을 찾고 있는가 홀로

지은 집에서 삭이던

의혹과 반란과 허무 다 내버리고

죽음이 걸려올 때까지

한 뼘 남은 목숨

빈 세월 걸어놓고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어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