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젓갈 골목은 나를 발효 시킨다/이가희

능선 정동윤 2011. 9. 5. 09:45

젓갈 골목은 나를 발효 시킨다/이가희

 

 

강경상회 이씨는

짠손바닥에다 새우를 키운다.

멸치 떼도 몰고 다닌다

헝컬어진 비린내를 싣고 와

육거리 젓갈 시장 골목 가득 풀어놓는다

날마다 그는 해협을 끌어다

소금에 절여 간간하게 숙성 시킨다

그가 퍼주는 액젓은

오래 발효 시킨 수평선이다

그는 저울에다

젓갈의 무게를 재는 법이 없어

누구나 만나면

후덕하게 바다를 퍼 준다

 

저무는 수평선처럼 강경상회가 셔터를 내리면

골목마다 몸 풀었던 바다 갯내음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싱그러웠던 내 몸

어느새 짭잘하게 절인

젓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