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나뭇잎 나뭇잎/김은자

능선 정동윤 2011. 9. 5. 14:10

나뭇잎 나뭇잎/김은자

 

 

그대를 처음 보았을 때 세상은 푸른 갈채인 줄 알았다

부산의 대신동 맨 처음 열린 바닷속에 남청색 물고기들로

뿔뿔이 달아나며, 달아나며, 귀뜸하던 세상의 갈채소리

 

나의 사랑은 만났을 때 그대 높은 바닷 속으로 휘달렸다

희디흰 희열로 몸을 떨며 내리찍는 햇살에 알몸을 던지던

거대한 은색 지느러미의 고기떼 사랑이 다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대 떨어지는 중에 가장 가벼운 존재여 어느 날 밤 사이

나의 귀 순해지고 뭍으로 돌아오는 잔잔한 그대 발소리

듣게 된다 젖어가는 나날의 파릇한 아픔 속에 사려 깊은

하늘이 고요히 물살 지으며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