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사랑의 변주곡/김수영

능선 정동윤 2011. 9. 6. 10:59

사랑의 변주곡/김수영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 하겠다

도시의 끝에

사그라져 가는 라디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사랑처럼 들리고 그 소리가 지워지는

강이 흐르고 그 강 건너 사랑하는,

암흑이 있고 3월을 바라보는 마른 나무들이,

사랑이 봉오리를 준비하고 그 봉오리의

속삭임이 안개처럼 이는 저쪽에 쪽빛

산이

 

사랑의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들의

슬픔처럼 자라나고 도야지우리의 밥찌끼

같은 서울의 등불을 무시 한다

이제 가시밭,덩쿨장미의 기나긴 가시가지

까지도 사랑이다

 

난로 위에 끓어오르는 주전자의 물이 아슬

아슬하게 넘지 않은 것처럼 사랑의 절도는

열렬하다

간단도 사랑

이 방에서 저 방으로 할머니가 계신 방에서

심부름 하는 놈이 있는 방까지 죽음 같은

암흑 속을 고양이의 반짝거리는 푸른 눈망울처럼

사랑이 이어져 가는 밤을 안다

그리고 이 사랑을 만드는 기술을 안다

눈을 떳다 감는 기술.... 불란서 혁명의 기술

최근 우리들이 4.19 에서 배운 기술

최근 우리들은 소리 내어 외치지 않는다

 

복사씨와 살구씨와 곶감씨의 아름다운 단단함이여

고요함과 사랑이 이루어 놓은 폭풍의 간악한

신념이여

봄베이도 뉴욕도 서울도 마찬가지다

신념보다도 큰

내가 묻혀 사는 사랑의 위대한 도시에 비하면

너는 개미이냐

아들아 너에게 광신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랑을 알 때까지 자라라

인류의 종언의 날에

너의 술을 다 마시고 난 날에

미대륙에서 석유가 고갈되는 날에

그렇게 먼 날까지 가기 전에 너의 가슴에

새겨 둘 말은 너는 도시의 미로에서

배울 거다

이 단단한 고요함을 배울거다

복사씨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거다!

복사씨가 살구씨가

한번은 이렇게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거다!

그리고 그것은 아버지 같은 잘못된 시간의

그릇된 명상이 아닐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