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미뉴에트 팔베개/이영신

능선 정동윤 2011. 9. 6. 16:26

미뉴에트 팔베개/이영신

 

 

누군가 커다란 베개를 베고 잠들어 있다

참 편하게도 잠들어 있다

정릉천 시멘트 다리가 보잘 것 없는 노숙자

때 절은 머릴 받쳐주고 있다

그 단단하고 거친 회색덩어리 어느 구석에

한없는 부드러움 있는 것인가?

시멘트 다리가 스폰지처럼 말랑말랑해져서

풋솜처럼 한없이 푸근해져서

노숙자가 그 품을 파고들어 잠들고 있다

시멘트 다리가 조그맣고 가엾은 아기

아기에게 해주듯이 그렇게 팔베개를 해 주고 있다

시멘트 다리가 바로 하느님 품인가 보다

하느님 따뜻한 품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