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살구나무 그늘에서/윤정구

능선 정동윤 2011. 9. 6. 17:20

살구나무 그늘에서/윤정구

 

 

어머니의 삼우제를 지내고

살구나무 그늘에서

어머니의 옷가지를 살랐다

 

불꽃과 연기 속에서

어머니 아끼던 모든 것

팔십 평생이 하얗게 사위고 있었다

 

가면 다 불태울 거지만은

옛날 생각 나 못 태우겠다고

차마 버리지 못하시던 것을 태우며

무심코 올려다본 살구나무 가지마다

작은 씨앗들이 매달려 있는 게 보였다

 

꽃이 진 후에야

모든 것을 다 보내버린 그 꼭지에서

녹두알 만한 새로운 삶이 맺히는 것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