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탑,탑,탑/손옥자

능선 정동윤 2011. 9. 7. 08:11

탑,탑,탑/손옥자

 

 

서울역의 밤

쫓겨가지 않으려고 여기저기 숨어 있는 사람들

대합실 밖으로 몰아낸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은

불꺼진 대합실 주위를 서성인다

문은 굳게 닫히고

어두운 곳에서 추위에 지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웅크린 몸으로 탑을 만든다

 

어깨너머로 불빛을 흘리고 있는 석탑

계단에 쪼그리고 앉은 돌탑

술 취한 채 흔들리는 피사의 사탑

바닥에 나동그라진 무너진 탑

 

저들은 몸 속에 몇 개의 사리를 갖고 있을까

조개처럼 아프게 밴 진주를 몸속에 품고

스스로 탑돌이 하듯이 인생의 주변을 서성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