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삼십 세/최승자

능선 정동윤 2011. 9. 7. 10:11

삼십 세/최승자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운다

시큰거리는 치통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

놀라 부릅뜬 흰자위로 애원하며

 

내 꿈은 말이야, 위장에서 암세포가 싹트고

장가가는 거야, 간장에서 독이 반짝 눈뜬다

두 눈구덩이에 죽음의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피는 젤리 손톱은 톱밥 머리칼은 철사

끊없는 광물질의 안개를 뚫고

몸뚱어리 없는 그림자가 나아가고

이제 새로 꿀 꿈이 없는 새들은

추억의 골고다로 나아가 뼈를 묻고

흰 손수건이 떨어뜨려지고

부릅뜬 흰자위가 감긴다

오 행복행복행복한 행복

기쁘다 우리 철판 깔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