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오른손이 왼손에게/김소운

능선 정동윤 2011. 9. 7. 12:57

오른손이 왼손에게/김소운

 

 

그대 잔을 받게

 

어느 추운 아침이었지

한바탕 바람에 딩굴고 하필 엉망이 된 그대를 보며

기막혀 하던 때

생각만으로도 현기증이 나네

 

말없이 그저 묵묵하게 함께 해준 그대와 건배라도

하고 싶네, 늦었지만

내가 잘나서, 오직 그런줄만 믿고 살아온 자신이

부끄럽네

나의 오만방자함을 오래 참고 보여준 그대에게

비로소 고개 숙이네

 

우리가 따로 떨어져 있어도 하나일 수 밖에 없고

영원한 이웃, 때론 식구라는 것, 한 발씩만

다가가면 쉽게 포옹할 수 있음을 미처 알지

못했네 자, 이 잔 받게

충심으로 그대를 위하여 술을 따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