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자라/문성해

능선 정동윤 2011. 9. 7. 16:04

자라/문성해

 

 

한번도 만날 수 없었던

하얀 손의 임자

 

취한 발길질에도

고개 한번 내밀지 않던,

 

한 평의 컨테이너를

들껍질처럼 둘러 쓴,

 

깨어나 보면

저 혼자 조금

호수 쪽으로 걸어 나간 것 같은

 

지하철 역 앞

토큰 판매소

 

오늘 불이 나고

보았다

 

어서 고개를 내밀라 내밀라고

사방에서 뿜어대는

소방차의 물줄기 속에서

 

눈부신 듯

조심스레 기어나오는

꼽추 여자를,

 

잔뜩 늘어진 티셔츠 위로

자라다 만 목덜미가

서럽도록 희게 빛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