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월미도/공광규

능선 정동윤 2011. 9. 7. 20:46

월미도/공광규

 

 

낡은 포장마차가 우울을 달래고 가라며

양철 연통으로 입김을 호호 불어낸다

가게에서 흘러나온 흘러 간 노래가

해변의 곡선을 따라 흘러다닌다

흘러간 세월을 파는 가게는 없는 걸까?

잘못 걸려 온 나이가 막막하여 온몸을 떤다

너, 이렇게 살면 안된다 안 된다며

허공의 뺨을 후려치는선창의 깃발

맞는 건 허공인데 내 뺨이 더 아프다

카페의 붉은 등이 충혈된 눈으로

기우뚱거리는 난파선 한 척을 바라본다

흐린 별도 내가 측은한지

눈물을 글썽이며 내려다본다

그래, 너는 정말 잘못 살고 있어

파도가 입에 거품을 물고 나에게 충고한다

나의 개 같은 삶을 물어뜯어려고

이빨을 세워 부두에 기어오르려는 파도

달빛이 튀는 얼음을 우두둑우두둑 밟으며

회한의 뼈가 부러지는 내 몸의 지진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