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진달래 시첩/김소연
능선 정동윤
2011. 9. 7. 21:01
진달래 시첩/김소연
진달래 바람에 봄 치마 휘날리더라
저 고개 넘어간 사랑마차
소식을 싣고서 언제 오나
그날이 그리워 오늘도 길을 걸어
노래를 부르나니 노래를 불러
앉아도 새가 울고 서도 새가 울어
맹서를 두고 간 봄날의 길은 멀다
-이난영 '진달래 시첩'-
스무 살 나이엔 봄바람의 설렘을 알았고
서른 살 나이엔 꽃지는 설움을 알았는데
마흔이 가까이 오니 꽃 피는 장관에
눈이 감아지더라
부러진 뼈가 살을 뚫고 튀어나오듯
꽃망울 맺히는 모양에 내가 아픈데
아가리를 좍좍 벌리고
비를 받아 먹는 여린 잎들이여
우중에 한껏 부풀어 오른 야산을 관망하니
산모처럼 젖이 아프더라
쌀독을 들여다보아도
냉장고를 들여다보아도
국그릇을 들여다보아도
배가 고파서 배가 부르더라
여자가 쓰는 물건들은
왜 하나 같이 음푹 패어 있어
무언가 연신 채워넣도록 생겨먹었는지
이 혹독한 봄날에야
대답을 찾아간다
몽중에 온갖 소원 다 이룰 만치
큰 잠을 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