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내 작은 비애/박라연

능선 정동윤 2011. 9. 7. 21:37

내 작은 비애/박라연

 

 

소나무는 굵은 몸통으로

오래 살면 살수록 빛나는 목재가 되고

오이나 호박은 새콤달콤

제 몸이 완성될 때까지만 살며

백합은 제 입김과 제 눈매가

누군가의 어둠을 밀어낼 때까지만 산다는 것

그것을 알고부터 나는

하필 사람으로 태어나

생각이 몸을 지배할 때까지만 살지 못하고

몸이 생각을 버릴 때까지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

단명한 친구는

아침이슬이라도 되는데

나는 참! 스물 서른이 마냥 그리운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