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아비/김충규

능선 정동윤 2011. 9. 8. 10:33

아비/김충규

 

 

밥 대신 소금을 넘기고 싶을 때가 있다

밥 먹을 자격도 없는 놈이라고

스스로에게 다그치며

굵은 소금 한 숟갈

입 속에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다

쓴맛 좀 봐야 한다고

내가 나를 손보지 않으면 누가 나를 손보냐고

찌그러진 빈 그릇같이

시퍼렇게 녹슬어 있는 달을 올려다보며

내가 나를 질책하는 소리

내 속으로 쩌렁쩌렁 울린다

 

이승이 가혹한가

소금을 꾸역꾸역 넘길지라도

그러나 아비는 울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