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인사동/고은

능선 정동윤 2011. 9. 8. 11:12

인사동/고은

 

 

인사동에 가면 오랜 친구가 있더라

얼마 만인가

성만 불러도

이름만 불러도 반갑더라

무슨 잔치 같이 날마다 차일을 치겠는가

무슨 잔치 같이

팔목에

으리으리한 팔찌 끼고 오겠는가

빈손이

오로지 빈손을 잡고

그냥 좋기만 하더라

 

험힌 세상 피멍 들며 살아왔다

조금은 질못 살았다

나는 내달리기만 하였고

나는 풀잎 하나에 무정했다

인사동에 오면

그런 날들 가슴에 묻어

고향 같은 골목드 그냥 좋기만 하드라

 

어찌 15년 20년 친구 뿐이겠는가

인사동에 오면

추운날 하얀 입김 서러워

모르는 얼굴

아느새 정다운 얼굴이더라

 

인사동에 가면

한 잔 술 주고받을

친구가 있더라

얼마 만인가

얼마 만인가

밤 이슥히 손 흔들어

헤어질 친구가 있더라

 

오늘 밤은 아직 내일이 아니더라

성만 불러도

이름난 불러도

반가운 친구가 있더라

인사동에 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