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자작나무/김백경
능선 정동윤
2011. 9. 8. 17:31
자작나무/김백경
숲 속 자작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흰 눈이 내리고 햇빛이 찬란하게 비친 동지가 지난 어느 날
자작나무는 성스러운 세계목이 되었다
구름 위의 하늘과 대지의 지하를 오르내리는 샤먼의 경배에
의해 온 우주의 소리와 빛을 보고 듣는 천수관음이 되었다
숲 속의 자작나무는 그냥 평범한 나무였다
봄이 오면 새잎을 피우고
가을이 오면 흰 가지로써 바람에 온 몸을 내 맡기는
뿌리에 온 몸의 생명을 내려보내 부활의 시간을 기다리는
목숨의 명령에 복종하는 노예였다
숲 속의 자작나무는 어느 날 불멸의 환상을 품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질서를 믿기 시작했고
흰 몸과 푸른 잎들은 신의 마음으로 타고 있는 불길임을 자각했다
흰 몸과 푸른 잎들이 불사조처럼 날아가
별과 하나가 되는 존재임을 믿기 시작했다
숲 속의 자작나무는 그때부터 마음에 빛을 내기 시작했고
신의 모습을 본 모세처럼
숲의 운명을 나무들에게 빛의 침묵으로 말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