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문고리/조은

능선 정동윤 2011. 9. 14. 11:13

문고리/조은

 

 

삼 년을 살아온 집의

문고리가 떨어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열고 닫았던 문

헛헛해서 권태로와서

열고 닫았던 집의 문이

벽이 꽉 다물었다

문을 벽으로 바꿔버린 작은 존재

벽 너머의 세상을 일깨우는 존재

문고리를 고정시켰던 못을 빼내고

삭은 쇠붙이를 들여다보니

구멍이 뻥 뚫린 해골처럼 처연하다

언젠가 나도 명이 다한 문고리처럼

이 세상으로부터 떨어져나갈 것이다

나라는 문고리를 잡고 열린 세상이

얼마쯤은 된다고 믿을 수만 있다면!

내가 살기 전에도

누군가가 수십 년을 살았고

문을 새로 바꾸기도 수십 년을

누군가가 살았을 이 집에서

삭아버린 문고리

삭고 있는 내 몸.